사쿠마X키도 - Doll kido by 아이러브종수


파릇파릇한 중학생 잉여 사쿠마(15)군은 삼일째 감지 않은 머리를 벅벅 긁으며 오늘도 컴퓨터로 덕질을 하고 있었다.

"사랑한다능.. 사랑한다능! 왜 세이버짱은 2D인거냐능..."

자기가 2D만 좋아하는거면서 처절하게 울부짖는 사쿠마를 애처로운 눈으로 바라보시던 어머니는 사쿠마를 집 밖으로 쫓아내었다.
눈물로 소매를 적시며 대문에 소금을 뿌리시던 어머니는 사쿠마를 강제출가 시켰다.


"다신 집에 들어올 생각말렴."

하나뿐인 핏줄이라 걱정이 되셨던지, 어머니는 팬티바람인 아들에게 잠옷윗도리도 입혀 보냈다.

"사람들이 나를 쳐다보고 있다능... 아마 내가 초초-미남이라 그런걸까나?"

기분이 좋아진 사쿠마는 시내로 나갔다. 품에는 세이버인형을 꼭 안고.

"할인 행사중입니다- 들렀다가세요-"

사은품을 나눠주던 나레이터 언니는 문득 밑을 내려다보았을 때 오만한 표정으로 '나도 한번 줘보라능'이라고 말하고 있는 팬티바람의 정신이상자를 발견했다.
나레이터언니가 겁에 질려 핸드폰을 꺼내 112를 누르고 있는 사이, 사쿠마는 자신에게 번호를 따려한다고 생각하고 하찮다는 듯 코웃음을 치며 사은품인 물티슈 몇개를 챙겨 의기양양하게 웃으며 마트로 들어갔다.
대형마트의 서늘한 공기에 허벅지에 돋은 여드름에 오한이 드는 것을 느끼면서 물티슈를 몇장 뽑아 옷처럼 허벅지에 붙였다.

"옼!! 조낸 차...!"

괴로워하던 사쿠마는 주위에 여자들이 있다는 것을 자각한 뒤 재빨리 말을 고쳤다.

"이거 조금 차갑다능? 하핫."

그러고는 박력있게 물티슈를 떼어내어 뒤로 던졌다.
그러나 뒤에서 불어오는 선풍기 바람으로 인해 더 차가워진 물티슈는 돌고 돌아 사쿠마의 얼굴에 찰싹 붙었다.

"우오오! 누가 날 납치하려는거냐능!!! 쵸-미소년에게 쵸-위기!!"

보다 못한 지나가던 모히칸의 남자가 얼굴에 붙은 물티슈를 떼어주며 한마디를 남기고 갔다.

"ㅉㅉ멀쩡하게 생긴 놈이 팬티만 입고 나다닌디야? 살이 춥지도 않슈?"

뒤돌아가는 모히칸의 사내에게 사쿠마는 분한 듯이 소리쳤다.

"이것이 내 스타일이다!!!!"
'자기는 두피가 안 춥나?'

사쿠마는 씨부렁거리며 아이들을 위한 장난감이 있는 2층으로 올라갔다.
추워서 세이버짱을 더욱 꼬옥 껴안는 사쿠마.

"이러면.. 춥지 않다능..."

같이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있던 4살짜리 아이가 그런 사쿠마를 보고 울음을 터뜨렸다.
사쿠마는 인자한 눈으로 아이의 어깨를 두드리며 두 눈은 마트의 형광등을 향한 채 말했다.

"사나이는 살면서 딱 세번만 울 수 있다는. 한번은 태어났을 때, 두번째는 태어난 것을 부모님이 후회하실 때, 세번째는 정전되어 사랑하는 세이버짱을 볼 수 없을  때.. 라능..."

사쿠마는 괴로운 표정을 지으며 눈물을 흘렸다.

"지금 울었자나, 병x아!"

네살짜리 아이의 반격을 못 들은 척하며 사쿠마는 에스컬레이터를 걸어서 빠른 속도로 올라갔다.

"난 닌자다!! 우끼끼끼!!"

자동차 모형이나 로봇 코너가 눈에 들어올 리 없었다.
사쿠마는 곳곳이 핑크빛인 girls…라는 인형코너에 당당히 들어갔다.
girl이라는 단어를 읽을 수 없기도 했지만 굳이 그게 아니어도 못 들어갈 이유는 없었다.
산의 정상에라도 온 듯 숨을 크게 한번 들이쉬고는 달콤한 향기에 행복해하는 사쿠마에게서 아주머니들은 딸들을 떨어뜨려놓았다.

"응? 이게 뭐냐능?"

사쿠마는 구석진 곳에서 처음 보는 인형을 발견했다.
올려묶은 귀여운 노란 레게에, 수줍은 듯 몸을 가리고 있는(한번 들춰보고 싶은 욕망을 일으키는)빨간 망토, 어떤 눈망울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을지 기대되는 고글속에 감춰진 눈까지..
사쿠마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키도 인형..?"

상자를 꺼내들고 필사적으로 밑에서 보려고 하고 있던 그때였다.

"내 이름은 겐다, 신고받고 왔다. 널 잡아 승진하겠다. 꼼짝마라!"

사쿠마는 본능적으로 도망쳤다. 한손엔 키도, 한손엔 세이버를 든 채.
좌 키도 우 세이버. 그러나 도주하던 중 세이버의 머리카락이 상품 진열대에 걸리고 말았다.
사쿠마는 오늘 아침 세이버의 머리를 감기고 말리기만 했지 빗지 않은 것을 후회했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치..칙쇼!"

사쿠마는 5m뒤의 경관을 한번 보고는 세이버짱에게 작별의 뽀뽀를 하고 도망쳤다.

"키도짱만은.. 지키겠어!!"

영화에서 본 것처럼 이 상품 저 상품 경관에게 던지며 도망쳐봤지만 빡친 경관이 벨트에 찬 주머니에서 총으로 추정되는 걸 꺼내드는 것을 보고는 그만 두어야 했다.
간신히 1층으로 내려와 뒤를 본 채 달리던 순간, 앞의 계산대를 보지 못하고 그대로 걸려 넘어지며 계산대에서 점프했다.
계산대 점원 아줌마가 놀라 바코드를 찍던 자세 그대로 멈춰있었다.

"2,800원입니다."

뛰어넘을때, 사쿠마의 팬티가 바코드기에 찍히며 엄마가 2만 8천원이라고 속이던 팬티의 원가를 알려주었다.
엎어진 사쿠마는 이를 부득 갈았다.

"마미짱이 날 속이다니.. 거짓말!!!"

사쿠마는 울려 달려나갔다.

"정말 용의주도한 놈이군..."

경관은 간식시간이었기 때문에 서로 돌아갔다.
사쿠마는 작년에 파둔 땅굴을 통해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
잠시 상품진열대에 걸려있을 세이버짱을 애도하는 시간을 가진 후, 다시 한번 키도 인형이 들어있는 상자를 눈을 부릅뜨고 밑에서 보려고 애쓰다가 이미 키도짱은 자신의 손에 있다는 것을 깨닫곤 신나서 상자를 뜯기 시작했다.

"오늘은 정말 럭키데이~♡"

키도인형을 소에 쥔 사쿠마는 침을 삼키고 두근두근 뛰는 심장소리를 느끼며 키도의 망토를 살며시 들춰보았다.

"으갸악!!!"

키도는 바지를 입고 있었다. 그것도 축구할 때 입는 남성용 바지를.

"키도짱! 내 바지 외의 바지는 입는 것을 허락할 수 없다능.. 용서해달라능.."

슬픈 표정은 점차 음흉하게 바뀌어갔다. 사쿠마는 세이버의 옷장을 뒤져 기본의상인 메이드 드레스를 꺼내들었다.

"흐흐..키도짜응..."

키도인형에게로 손을 가져가던 그때, 사쿠마는 문득 키도의 고글이 가리고 있는 눈이 궁금해졌다.
메이드복을 내려두고 고글을 살포시 내려보는 사쿠마.

"억...헉...아...아름답다..는..."

초롱초롱한 붉은 눈망울에 감격한 사쿠마는 키도짱을 안고 부비적거렸다.

"씨x..."
"응..?"

엄마가 들어오셨나..? 사쿠마는 문을 바라보았지만 굳게 닫혀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마미짱은 최근 3년간 단 한번도 사쿠마의 방에 들어온 적이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항상 사쿠마의 곁엔 세이버가 있었기에 외롭지 않았었다..

"흑.."

사쿠마는 눈물을 흘리며 세이버를 부르짖었다.

"이젠 키도짱이 그 자리를 대신해달라는.."

메이드복을 집어든 손가락을 부들부들 떨며 맛이 간 것처럼 입에 경련이 날 정도로 웃으며 들이대는 사쿠마.
정말 공포스러운 모습이었다.
살포시 바지를 끄집어 내리려고 하자 뭔가 핑크색인 깜찍한 속옷이 보였다.

"각혈!!!"

사쿠마는 코피를 뿜으며 수줍어서 어쩔 줄 몰라했다.
조심스럽게 약 한 시간에 걸쳐 옷을 갈아입힌 후, 사랑스러운 키도짱이 사실은 축구만화의 소년캐릭터라는 사실은 더 이상 사쿠마에게 문제가 되지 않는 듯 했다.

"앗! 키도쨩 저녁 먹을 시간이당-!"

사쿠마는 몰래 부엌으로 내려가 냉장고를 뒤지다가 엄마가 할머니 드리려고 감춰둔 보약을 두 첩 꺼냈다.
한 첩은 자신이 마시면서 나머지를 갖고 기쁜 맘으로 올라가는 사쿠마.

"키도쨔응-!! 어이쿠!!"

사쿠마는 뭔가에 걸려 넘어졌다. 뜯다만 키도포장상자였다.
그런데 날아간 포장 상자에서 키도 때문에 미처 캐치하지 못했던 내용물들이 쏟아져있었다.

"설명서?.."
[30일동안 키도짱의 우측 하단에 있는 포션(빨간색, 파란색)을 하루 한번씩 주십시오. 빨간건 HP고 파란건 MP라능.]
"뭐냐능, 이 덕후같은 설명서는.. 에잇!"

사쿠마는 설명서를 던져 버리고 키도짱을 들어 어쩐지 입에 뚫려있는 구멍에 보약을 넣었다.

"난 키도짱의 건강을 가장 먼저 생각하는 남자라능-"
"너 이 자식 언제 들어왔어!"
"헉! 마미짱..."

그 때 엄마가 벌컥 문을 열고 3년만에 사쿠마의 방에 들어왔다.

"너, 지금 인형한테 뭘 먹이고 있는거니!"
"키,키도짱은 인형이 아니야-!-!-!-!"

사쿠마가 순간적으로 정상인처럼 말하자 당황한 엄마는 몽둥이를 가지러 내려가셨다.

"치,칙쇼.. 키도짱..."

사쿠마는 서둘러 인형의 집과 키도, 세이버의 옷가지 30여벌을 챙겨 땅굴을 통해 나왓다.
그리고 곧장 동네 지하철역으로 갔다.

"마미짱은 너무 츤츤거려서 탈이라능.. 하핫!"

팬티에 잠옷 윗도리만 입은 사쿠마에게 사람들은 한마디씩 욕을 하며 지나갔다.

"어.. 이건 언제 챙겨온거냐능?"

인형의 집안에 포션 두 set가 있었다.

"흐흑.. 키도짱 이거라도 먹으라능.."

사쿠마는 지하철에서 한달동안 걸식하며 질긴 목숨을 이어갔다.
오늘도 자신을 내쫓으려는 관리를 피해 인형의 집을 등에 이고 도망가던 중이었다.

"?!"

손에 들고 있던 키도짱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이상하다능. 손에 꼭 쥐고 있었는데..."

사쿠마가 인형의 집을 잠시 바닥에 내려놓고 다가갔다.

"키도 짜응-♡"

30일이라는 시간 동안 사쿠마는 세수도 안하고 머리도 안 감아서 누가 봐도 손색없는 거지꼴이었지만 매일 매일 키도짱은 씻겨주고 빗겨주고 옷도 하루 세 번 갈아입혀줘서 첫날보다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다가가던 사쿠마가 순간 영양실조로 인해 차디찬 돌바닥에 철푸덕 넘어져싿. 손을 뻗으며 키도짱에게 기어가는 순간이었다.

"키..도짱?"

펑하고 연기가 나더니 주변이 온통 연기로 휩싸였다.

"콜록! 우우우. 웨엑, 매워! 콜록콜록!! 슈밤!!"
"정상적인 말도 하잖아?"
"으,응..?

사쿠마가 눈을 부비며 간신히 앞을 보니 아리따운 키도짱이 자기만큼 커져있었다.
게다가 말은 물론 눈을 깜빡이기까지!

"으...으어어어어억-!!!"
"오해 그래? 니가 30일간 꼬박꼬박 포션 챙겨줬잖아. 난 네덕에 사람이 됐어. 이제 날 책임지렴!"
키도짱이 거만한 표정으로 팔짱을 끼고 말했다.
연기가 가시고 땀방울을 흘리며 키도짱을 흝어보던 사쿠마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주먹을 꼭 쥐었다.
"...?"
"키도짱.. 난.."
"?"

사쿠마는 크게 숨을 들이쉬고 외쳤다.

"난.. 사람은 싫다능!!!!!!!!!!!!"

사쿠마의 한맺힌 절규가 지하철에 울려 퍼지고 그걸 들은 관리가 사쿠마를 연행해갔고, 충격받은 키도는 그대로 앉아 돌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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